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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3월에 강원도 고성에 있는 모 육군 연대본부에 배치를 받았었음.
배치받고 처음 눈에 들어온건 창고마다 써 있는 '구타여 안녕'
아직 구타가 남아있었을때라 남일 같지 않은 문구가 참 신경쓰였음.
(여기 글과 관련은 없지만 이등병땐 이유없이 무던히도 맞았음.)
그때 난 군번이꼬일대로 꼬여서 도와주는 부사수도 없고 2달 차이나는 사수는 부대에서 소문난 ㅄ이라 중대장도 사수 포기하고 나 입소하자마자 서류를 넘겼을
정도라 언제나 검열 떴다하면 꼬박 밤새서 서류 정리하고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다음날 사단 검열온다고 하여 취침 점호 마치고 밤 10시 좀 넘어 신고하고 군수과로 가려던 참이었음.
당시 사무실(처부)들은 막사에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정 반대쪽에 있었는데,
당연히 가려면 그 연병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야함.
반대쪽 사무실은 인사과와 군수과가 서로 붙어있고 내 사무실인 군수과로 가려고 서류를 챙기고 나오던 찰나..
밤공기가 쌀쌀해 걷기는 뭐하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음.. 가로등도 별로 없고 마침 근무나가는 인원도 없어서 혼자 그 어둠속을 뛰어가고 있는데,
연병장 절반 조금 안되게 달렸을 무렵. 등 뒤 내가 나온 막사 사무실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 닫히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 내 쪽으로 뛰어오는 소리와
인기척이 났음.
당연히 그때 사단검열 준비기간이라 그 중 한 사람이겠지, 싶어 '누구십니까?' 라고 대답했는데 대답이 없었음..
못들었겠지... 신경끄자
싶어서 달려갔고 그 군인은 내 옆 가까이까지 왔을 무렵 우리는 사무실에 당도 했음.
어두워서 얼굴은 안보였지만, 활동복 차림에 검열 준비하러 온 나와 달리
군복과 군화, 전투모까지 제대로 갖춰서 서류를 바리바리 싸들고 달리는 그 군인은 '도대체 졘 뭘까?' ...
여하튼 나는 내 처부인 군수과로, 그리고 그 군인은 바로 옆 사무실, 옆 문인 인사과로 향했음.
그런데 각각의 사무실들은 손잡이 자물쇠 말고도 경첩 자물쇠 두개를 밖에서 풀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인데,
그 군인은 내가 열쇠를 열려고 꼼지락 거리는 동안 그냥 문을 열고 "쾅" 소리를 내며 들어가 버리는것이었음.
그리고 켜지는 인사과 사무실 불..
한참 그 어둠속에서 문을 따고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아... 서류 대량으로 복사해야하지..' 란 생각이 들었고,
군수과에는 없고 인사과에만 있는 복사기를 쓰려고 인사과로 발을 돌렸음.
"마침 누구 깨울필요 없어 다행이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인사과 들어갔으니 복사기 좀 쓸 수 있겠구나"
란 생각을 하며 인사과 문 손잡이를 돌렸는데...?
열리지 않는다 . 아니, 안에선 절대로 잠글 수 없는 경첩 자물쇠 두개가 그대로 잠겨있었다 .
켜젔던 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인기척 없는 사무실 그대로 꺼져있었다.
혼비백산하면서 검열이고뭐고 서류들고 다시 막사로 돌아갔다..
난 그게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일단 내일 아침일찍 일어나서 다시 준비하자.. 일단은 자자.. 요즘 잠을 못자니 피곤한가보다. 헛것이 다 보이네?
스스로에게 되묻고 나는 잠을 청하러 가는데
마침 돌아온 초병 근무자 둘이 막사 사무실로 돌아오며 사무실에 있던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헐래벌떡 숨이찼어? 오밤중에 뜀박질이라도 했어?"
"아... 아닙니다. 사무실에 검열 준비하러 갔다가 몸이 좀 피곤한 듯 싶어 내일하려고 돌아왔습니다"
"아.. 아까 근무서다 보니까 누가 막사서 취침 점호 끝나고 막 뛰어가던데 그게 너였구나."
"근데 그 뒤에 같이 뛰어가던 애는 누구야?"
나중에 회식자리서 그때 그 이야길 했었는데, 나 말고도 그 사람을 본 사람이 제대한 사람이나 다른 중대에서도 몇명 봤었다고 한다.
특히 위병이나 탄약고 근무 서는 사람은 가끔 사람의 형체가 멀리서 뛰어가는데 전혀 인기척이 없는.. 그 사람을 봤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그 당사자는 내가 입대하기 10여년 전. 소대 생활 적응 못한다고 매일 맞고 괴롭힘 당하고..
사무실에서도 일 못한다고 때리고 괴롭힘 당하던 모 일병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병은 쉬어야 하는 소대에서도, 일을 해야하는 사무실에서도 구타와 욕설을 들으며 살다보니,
해야 하는 업무는 계속 밀리고, 잠시간을 줄여서 새벽까지 일하고... 그러다보니 피곤이 계속 쌓이고 실수하고 구타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
결국 그는 4종창고에서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때 단 한줄의 유서 '구타여 안녕'
그런데 그의 혼령은 불쌍하게도 이승을 못 벗어났나보다.
10여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일을하고 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섭다기 보단, 죽어서도 일을 해야하는 그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P.S 강원 고성군 죽왕면에 있는 모 연대본부에서 2000년 10월 무렵에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마침 그때 저도 일병이었고, 이유없는 구타와 갈굼이 있었던때라
그런지 오히려 유령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자칫 나쁜 생각을 하게되어 나도 자살하면 저 유령처럼 되는게 아닌가... 싶은 기억이 나던 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