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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선방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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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병든 스님




병든 스님

 

十一월 二十八일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 몸이 약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선방에서 배기던 스님이다. 어제 저녁 부터 각혈이 시작되었다. 부득이 떠나야만 한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 처소이기 때문이다.

각혈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의 스님이어서 의지할 곳이없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체념뿐이다.

뒷방 조실스님의 제의로 모금(募金)이 행해졌다. 선객들에게 무슨돈이 있겠는가.

결핵과 함께 떠나는 스님이 평소에 대중에게 보여준 인상이 극히 좋아서 대중스님들은 바랑 속을 뒤지고 호주머니를 털어 비상 금을 몽땅 내놓았다. 모으니 九千八百五十원이다. 寺中에서 五千원을 내놓았고 시계를 차고 있던 스님 두분이 시계를 풀어놓았다 .

나는 마침 내복이 여벌이 있어서 떠나는 스님의 바랑속에 넣어 주었다.

결핵요양소로 가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며 장기치료를 요하는 병인데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돈이다. 응급치료나 받을 수 밖에 없는 돈이다.

모금해준 성의에는 감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에는 죄송스러워 용서를 바랄 뿐이라면서 바랑을 걸머졌다. 눈 속에 트인 외가닥길을 따라 콜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 길은 마치 세월같은 길이어서 다시 올아 옴이 없는 길같기도하고 명부(冥府)의 길로 통하는 길같기도하다.

◦ 인생하처래人生何處來 인생하처거人生何處去가 무척이나 처연하고 애절하게 느껴짐은 나의 중생심 때문이겠다. 나도 저 길를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답답하다. 아직 견성하지 못한 나로서는 당연한 감정이기도 하다.

현대의 우리 불교계佛敎界 풍토에선 병든 스님이 갈 곳이 없다. 더구나 화두가 전부인 선객이 병들면 갈 곳이 없다. 날마다 수를 더해 가는 약국도, 시설을 늘려가는 병원도 그들이 표방하는 표제는 인술<仁術>이지만 화두뿐인 선객을 맞아 들일만큼 어질지는 못 하다.

◦ 자비문중慈悲門中이라고 스스로가 말하는 절간에서도 병든 선객을 위해 베풀 자비慈悲는 없다. 고작해야 독살이 절에서 뒷방이나 하나 주어지면 임종길이나 편히 갈까.

그래서 훌륭한 선객禪客일수록 훌륭한 보건자保健者이다. 견성은 절대로 단시일에 가능하지 않고 견성을 시기하는 것이 바로 병마病魔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섭생에 철저하다. 견성이 생의 초월超越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생의 조화調和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선객은 부처님처럼 위대해 보이나 병든 선객은 대처승(帶妻僧)보다 더 추해진다.

화두는 멀리 보내고 비루(鄙陋)와 비열(卑劣)의 옷을 입고 약을 찾아 헤맨다. 그는 이미 선객이 아니고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인간폐물人間廢物이 되고 만다.

<身外가 無物> 차원높은 정신성 속에서 살아가는 선객일수록 유물唯物적이고 속한俗漢적이라고 타기할게 아니라 화두 다음으로 소중히 음미해야 할 잠언(箴言)이다.

 

十二월 一일 섣달이다. 동안거冬安居의 반살림을 끝내고 반살림을 시작할 때는 어느 선방에서나 용맹정진을 한다. 용맹정진이란 수면을 거부하고 장좌불와長座不臥함을 말한다. 주야로 일주일동안 정진한다.

저녁 九시가 되자 습관성 수마(睡魔)가 몰려왔다. 첫날 첫고비다. 경책스님의 장군 죽비소리가 간단없이 들리지만 자꾸만

눈까풀이 맞닿으면서 고개가 숙여진다. 장군죽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눈을 떳다가 감았다가 하기를 삼십분 가량하면 수마가 물러간다. 밖에 나가 찬물로 세수하니 심기일전心機一轉이다. 자정이 되면 차담이 나오고 잠깐 휴식이다.

보행으로 하체를 달랜후 다시 앉는다. 밤은 길기도 하다. 그러나 틀림없이 아침은 왔다.

하루가 지나가 몸이 약한 스님 두 분이 탈락했다. 이틀이 지나자 세분이 탈락했다.

사흘이 왔다. 용맹정진의 마지막 고비다. 저녁이 되니 뼈마디가 저려오고 신경이 없는 머리카락과 발톱까지도 고통스럽단다. 수마는 전신의 땀구멍으로 쳐들어 온다. 화두는 여우처럼 놀리면서 달아나려 한다.

입맛은 소태같고 속은 쓰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큰 대자로 누우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고행의 극한상황(極限狀況)들을 연상해본다.

<雪山에서 六년간>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얼마나 지나면 또 눈이 감겨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골고다의 十字架>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면 다시 눈이 감겨고 허리가 굽어진다.

그러다가 비몽사몽간에 뒷방에서 잠자는 스님의 코고는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번쩍 뜨인다. 수마도 고통도 물러갔다. 화두가 압장 서며 빨리 가잔다. 길은 멀고 험하지만 쉬지 않고 가면 된다면서.

부처님은 가르치고 있다.

[분명히 열반悅般은 있고 또 열반에 가는 길도 있고 또 그것을 교설敎設하는 나도 있건만 사람들 가운데는 바로 열반에 이르는 이도 있고 못이르는 이도 있다. 그것은 나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나(如來)는 다만 길을 가리킬뿐이다]

불교의 인간적임을 그리고 인간의 자업자들自業自得을 교시하신 극치다.

중생이 고뇌에서 해방되는 것은 엉뚱한 기연機緣 때문이다. 잡다하고 평범해서 무심히 대하던 제현상 가운데서 어느 하나가 기연이 되어 한 인간을 해탈시켜준다. 불타佛陀는 효성(曉星)에 기연하여 대각大覺에 이르렀고, 원효대사元曉大師는 해골바가지 물에서, 서산대사西山大師는 계명(鷄鳴)에 기연하여 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을 해탈시키는 그 기연이 기적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뇌할때 비로소 기연을 체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다.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틀림없는 평안이다. 왜냐하면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죽음을 이긴 사람에게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것과 같다 . 죽음은 결코 두번 오지 않는다.

나는 뒷방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로 인해 수마를 쫓을 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잠이 왔었는데.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다섯 스님이 또 탈락했다.

사흘을 넘긴 스님들은 끝까지 잘 버티고 견디었다.

납월(臘月 : 음력 섣달) 八일은 부처님 성도일이다. 우리도 새벽에 용맹정진을 마쳤다.

아침공양은 찰밥이다. 전대중이 배불리 먹고 산행길에 나섰다. 몸을 풀기 위해서다. 중대中臺에 올라 보궁寶宮에 참배하고 북대北臺를 거쳐 돌아왔다. 눈길이라 힘이 들었지만 무척이나 재미 있었다.

 

十二월 十일 섣달이 깊어 가면서 폭설이 자주왔다. 산하는 온통 백설일색白雪一色이다.

용맹정진에서 탈락했던 스님들은 자꾸만 나태해져갔다. 탈락했다는 심리작용의 탓인지 스르로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뒷방을 차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입승스님으로부터 몇차례 경책도 받고 시간을 지켜달라는 주의도 받았건만 잘 지키질 못한다. 그때마다 몸이 아프다면서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면 그것으로 끝난다.

경책은 세번까지 주어지는데 그래서도 효과가 없으면 그만이다. 세번 이상의 경책은 군더더기요, 중노릇은 자기가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용맹정진을 무사히 넘긴 스님들은 힘을 얻어 더욱 분발하여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뒷방에 죽치고 앉았던 스님 세분이 바랑을 지고 떠나갔다. 결제기간이니 갈 곳은 뻔하다. 지면이 있는 어느 독살이 절로 갈 수 밖에. 선방은 영영 하직하는 스님들이다. 육신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깊이 든 스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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