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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처용(處容)은 말한다 / 신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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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處容)은 말한다


            /      신석초




1
바람아, 휘젓는 정자나무에 뭇 잎이 다 지겄다
성긴 수풀 속에 수런거리는 가랑잎 소리
소슬한 삿가지 흔드는 소리
휘영청 밝은 달은 천지를 뒤덮는데


깊은 설레임이 나를 되살려 놓노라
아아 밤이 나에게 형체를 주고
슬픈 탈 모습에 떠오르는 영혼의
그윽한 부르짖음…….


어찌할까나 무슨 운명의 여신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도 육체에까지
이끌리게 하는가
무슨 목숨의 꽃 한 이파리가
나로 하여금 이다지도 기찬 형용으로
되살아나게 하는가


저 그리운 연못은 거친 갈대 우거져서
떠도는 바람결에도 몸을 떨며 체읍을 한다
굽이 많은 바다다운 푸른 물 거울은
나의 뜰이었어라
밤들어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에 보니
가랄이 넷이어라


그리운 그대, 꽃 같은 그대
끌어안은 두 팔 안에 꿀처럼 달고
비단처럼 고웁던 그대,
내가 그대를 떠날 때
어리석은 미련을 남기지 않았어라


꽃물진 그대 살갗이
외람한 역신의 손에 이끌릴 때
나는 너그러운 바다 같은 눈매와
점잖은 맵시로
싱그러운 노래를 부르며
나의 뜰을 내렸노라
나의 뜰, 우리만의 즐거운 그 뜰을


아아 이 무슨 가면이 무슨 공허한 탈인가
아름다운 것은 멸하여 가고
잊기 어려운 회한의 찌꺼기만
천추에 남는구나


그르친 용의 아들이여
처용(處容)
도(道)도 예절도 어떤 관념규제도
내 맘을 편안히 하지는 못한다
지금 빈 달빛을 안고
폐허에 서성이는 나 오오 우스꽝스런
제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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